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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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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일기 / 조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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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회 작성일 18-12-06 00:0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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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독순술(讀脣術)로 소리 없이 전신주를 세웠어요. 동물들은 그 보답으로 내게 사춘기를 보여줍니다. 새 모공과 털갈이 후, 눈꺼풀이 내 액운에 어울리도록 얇게 녹는 걸 알지 못했죠. 그립네요, 철조망에 걸린 나의 사랑하는 이웃들. 그리워요, 나를 필통처럼 쥐고 흔들던 초혼과 재혼의 남녀들. 내일로부터 오늘로 더 많이 쏟아지는 과거들. 마술사는 초식동물의 긴 코에 쇠막대를 한 번 내려칩니다. 먼지를 마시는 느낌으로, 초식동물의 코에서 풀밭이 솟아오를 때까지.

 

     기차는 건널목의 점등과 소등을 향해 건반처럼 펼쳐져 있었어요. 서로에 대해 가장 작은 눈금이 되어 함께 머리카락을 줍는 밤. 앙상한 엄마가 되기 위해 초식동물은 이곳의 가장 어두운 달을 향해 걸어왔어요. 발굽이 닳는 기분으로 춤을 춥니다. 가족이 사라지고 눈 내리는 인력회사를 찾아가는 날. 어떤 노래는 반드시 참이 되기 위해 혀끝에 머물고 어떤 노래는 도화지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맨 마지막 교실이 되어갑니다. 그립네요. 벗어둔 신발로 가득 찬 구름. 그리워요, 붙잡힌 목덜미에서부터 시작되던 아이들의 명랑.

 

 

                                                                                                        -폭풍의 일기, 조연호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人 조연호의 를 보면, 가끔은 탐미적이라고 여겨질 때가 있다. 를 모르고 읽는 사람은 마치 성적인 묘사로 치부한 것은 아닌지 의심도 가져볼 만한 . 그러나 위 는 절대 탐미적인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없지만, 그렇게 느끼게끔 유도한 라고 보면 좋을 듯싶다. 그러면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던 위 에서 시구를 하나씩 나열해 보자.

     詩 구조는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눴다. 하나는 인식認識의 전개과정展開過程을 다루었다면 하나는 그 과정에서 생겨난 의 탄생誕生과 인정認定이다.

     첫 단락을 보면 독순술(讀脣術), 전신주, 사춘기, 모공과 털갈이 후, 눈꺼풀, 액운, 사랑하는 이웃, 그립고, 필통, 초혼과 재혼으로 이러한 시어들은 언뜻 보면 탐미적인 색채로 몰아간다. 둑순술은 입술에서 음순을 연상케 했다면 전신주는 남성의 상징을 모공과 털갈이에다가 액운은 또 애액까지 더 나가 초혼과 재혼까지 생각하면 이게 뭐지 하며 생각하게 된다. 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독순술은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전신주는 전봇대로 어떤 교감의 상징이다. 그러니까 는 상대가 써놓은 것이기에 그 입술 모양을 파악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전신주는 교감과 글쓰기까지 아우르는 듯해서 아주 경제적이라 멋진 시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사춘기 시절의 그 감정처럼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눈꺼풀과 모공 및 털갈이는 모두 를 제유한다. 모두 하나의 특징이 있다. 새카맣다. 우리가 써놓은 글은 마치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꼬불꼬불하기도 하고 직모 같기도 하다. 중국 어느 경전인지는 모르겠다. 글자를 만드는 논리에 관한 책을 언제 읽은 적 있었는데 그 책에 이렇게 써놓은 것을 보았다. 하나의 선을 구부리고 꺾고 끊고 이으며 맺다 보면 하나의 글자를 만들 수 있다는 뭐 그런 말이었는데 순간 그 생각이 지나간다. 초혼과 재혼의 남녀들에서 글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느낌은 초혼이라 묘사한 것이고 다시 보았을 때 그 느낌은 재혼이라 묘사한 것이다. 남녀는 글자를 제유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초식동물은 무엇인가? 여기서는 풀을 뜯어먹고 사는 동물이 아니다. 초식은 초식草食이 아니라 초식初植이다. 처음 썼던 글이다. 하얀 백지에다가 낙서처럼 쓴 글자다. 첫 단락 마지막을 읽어보자. 초식동물의 코에서 풀밭이 솟아오를 때까지다. 초식의 그 동물은 작가 시인이 된 셈이다. 코는 숨을 말하니 숨 쉬는 동작으로 언어가 솟아날 때까지 글을 읽고 이해해보자는 말이다. 그러니까 첫 단락은 인식의 전개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단락을 보자. 기차는 건널목의 점등과 소등을 향해 건반처럼 펼쳐져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기차처럼 단락 단락마다 잇는 듯하고 점등과 소등처럼 켜졌다가 꺼졌다가 하는 어떤 글쓰기 같고 건반처럼 흰 것과 검은 것의 교체처럼 어떤 의미 없는 노래나 이해가 가지 않는 노래라는 암묵적인 얘기까지 한 단어에다가 그 의미를 심은 것이다. 즉 초식初植인 게다.

     서로에 대해 가장 작은 눈금이 되어 함께 머리카락을 줍는 밤. 이것만 보아도 詩人이 어떻게 를 쓰는지 이해가 가는 문장이다. 서로라는 건, 책과 시인과의 관계를 말하며 머리카락은 글자를 제유했다. 앙상한 엄마가 되기 위해 초식동물은 이곳의 가장 어두운 달을 향해 걸어왔어요. 엄마는 완벽한 세계다. 무엇을 낳을 수 있는 母體. 世界. 그러니까 달과 습성이 같다. 발굽이라는 시어도 탐미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쓰기를 제유했다.

     가족이 사라지고 눈 내리는 인력회사를 찾아가는 날, 시인의 생활상도 약간은 볼 수 있지만, 에서 보면 어떤 뭉뚱그린 글이 없어진 것처럼 그러니까 쓸모없는 것들은 퇴고하듯 버리고 눈 내린다는 표현은 관심이 가는 것은 당겨서 그러니까 인력引力으로 찾자는 말이다. 어떤 노래는 참이 되기 위해 혀끝에 머물고 어떤 노래는 도화지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맨 마지막 교실이 되어갑니다. 가 되고 싶지만, 혀에서 머물고 마는 것들, 또 어떤 것은 내뱉어 시원한 도화지처럼 비워내는 느낌과 이것들은 교실처럼 누구를 또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문장이 되는 거다.

     벗어둔 신발로 가득 찬 구름. 그리워요. 그렇지요. 아무래도 시원히 뱉은 것만큼 원이 없는 것도 없다. 그러니까 를 쓰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삶에 미련이 없다. 원 없이 다 풀어놓고 사니까, 붙잡힌 목덜미에서부터 시작되던 아이들의 명랑, 이것도 아주 좋은 표현이다. 목덜미에서 머뭇거리던 말들을 다 풀어헤쳤으니 여기서 아이는 글자를 제유한 시어다. 그 명랑을 우리는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 어머님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인간은 나고 자라 죽음을 맞는다. 의미 있는 죽음은 무엇일까? 공자는 평생 교육을 했다. 춘추를 남겨 후대에 이름을 남겼다. 모든 관계는 교육이 밑바탕이다. 커피 사업도 교육이 근간이 되었기에 나만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한 사람씩 배워 나가 가게를 여니 커피를 납품할 수가 있었다. 시장은 끊임없이 나고 죽는다. 마케팅의 가장 근본은 교육이었다. 그러나 시장이 점점 죽어 들어가는 국내 경제를 본다. 소름 돋을 정도로 위기다.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이냐?

 

     鵲巢

     멍에처럼 구운 질그릇 하나가 폐광을 보았다 마시다가 흐른 저 얼룩과 이미 굳어 버린 속치마까지 칼날 위에 서 있다 방뇨의 흔적이거나 요실금이거나 혹은 오래 닦지 않은 계곡의 물 내까지 자르지 못한 쥐꼬리처럼 썩은 도랑만 핥았다 죄와 탐욕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사죄하는 양 수전증만 자꾸 일었다 방은 곰팡내에 코끝에 서며 다 빤 속옷마저 팽이실 배여 뼛골에 알맹이 없는 껍질처럼 버려져 있을 뿐이었다 여러 중장비를 동원한 지방처럼 돌이면 돌, 모래면 모래로 분간해 두었지만, 어찌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밤마다 둥근 달만 할퀴며 앙탈 부리는 것만 같다 어라 또 까마귀가 난다 블록 하나가 바른 둑 쌓은 것처럼 피 묻은 사금파리 하나로 자꾸 허공만 헤집고 있다 내일은 까마귀도 불곰도 허기가 충만할 수 있도록 폐광은 뻥 뚫렸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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